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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식선에서 보는 이란전쟁

김소장 · 2026.10.04 · 조회 24
# [사설] 상식선에서 보는 이란전
**침략을 책임 없이 끝내면, 다음 침략의 허가증이 된다**
이란전은 어떻게 끝나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누가 전쟁을 선택했으며, 그 선택을 정당화할 근거가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 시작한 책임을 지운 채 종결만 논하면,
평화라는 이름으로 침략의 결과를 승인하게 된다.
본지의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번 전쟁은
이란의 무조건 항복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공격 중단과 재공격 방지뿐 아니라,
개전 책임의 규명과 공식 사과, 피해 배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공격자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으로 전쟁을 끝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란 정부에 대한 호감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생명을 무력으로 짓밟을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다.
그 기준을 가해자의 국력에 따라 바꾼다면
국제법과 인권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통제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협상 중인 상대를 공격한 책임

2월 26일 미국과 이란은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진행했다.
중재국 오만은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했고,
다음 주 빈에서 기술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외교적 해결의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
이틀 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격을 개시했다.
로이터는 하메네이와 측근들의 회의 시점에 맞춰 공격이 실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첫 공격 1분 동안 이란 고위 지휘관 40명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상대 지도부를 기습한 것이다.
‘정밀 타격’이라는 표현은 이 결정의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겨냥했다는 것은 군사 기술에 관한 설명이다.
왜 공격할 권리가 있었는지는 법과 책임에 관한 질문이다.
사람을 죽일 능력과 사람을 죽일 권리는 같지 않다.
미국이 내세운 임박한 위협의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의회 관계자 브리핑에서
이란이 미군을 먼저 공격할 계획이라는 정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예정이었으며,
그에 따른 이란의 보복이 미군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공격하면 보복이 발생할 것이므로
미국도 먼저 공격해야 했다는 논리는
책임의 순서를 뒤집는다.
자신들 쪽에서 시작할 공격의 결과를
그 공격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이런 논리를 인정하면
전쟁을 선택한 국가가 스스로 위협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려 역시 무제한의 공격권을 주지 않는다.
협상과 검증의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왜 전쟁이 불가피했는지 입증해야 한다.
미래의 위험을 자국이 판단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 지도부를 살해할 수 있다면,
모든 강대국이 같은 논리를 사용할 것이다.
나는 충분한 개전 정당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실행한 이번 공격을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으로 판단한다.
이 판단에 답할 책임은 공격받은 이란이 아니라
전쟁을 선택한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

무조건 항복을 요구할 권리는 어디서 오는가

3월 6일 트럼프는 이란의 무조건 항복 외에는 합의가 없다고 선언했다.
먼저 공격한 뒤 상대가 완전히 굴복해야 전쟁을 끝내겠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 요구는 후안무치하다.
공격자가 원하는 정치적 성과를 얻을 때까지
피해국 국민이 폭격을 견뎌야 한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승리 선언을 위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명과 생활을 비용으로 계산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유엔 특별절차 문서에는
미국·이스라엘의 공동 군사작전에 따른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와
교육·의료시설 등 민간 기반시설의 파괴에 관한 보고가 기록되어 있다.
전쟁의 목표를 설명하는 어떤 문장도
이러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
이란의 주변국 공격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이 최초의 개전 책임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전쟁 이후 벌어진 행위들을 한데 섞어 ‘모두 잘못했다’고 끝내면,
전쟁을 선택한 쪽이 가장 먼저 내려야 했던 결정에 대한 심판이 사라진다.
개별 행위의 책임을 묻되,
시작과 대응의 순서를 지워서는 안 된다.

이번 침략을 용인하면 과거를 규탄할 기준도 무너진다

이번 전쟁이 책임 없이 끝난다면
국제사회가 남기는 교훈은 명백하다.
힘 있는 나라는 협상 중인 상대를 공격하고 지도부를 살해해도,
군사적 성과와 정치적 흥정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원칙으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를 규탄하는가.
두 사건의 역사적 조건과 행위는 다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주권과 삶을 힘으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같아야 한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잘못인 이유는
가해자가 일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행위가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과거의 침략은 규탄하면서
현재의 강대국이 벌이는 침략은 현실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지키는 것은 보편적 정의가 아니다.
가해자의 힘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이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피해에 분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기억에서 얻은 원칙으로 오늘의 결정을 판단해야 한다.
지금의 침략을 방관하면서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과와 배상까지 있어야 전쟁이 끝난다

상식적인 종전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란의 보복도 멈추고,
관련 국가들이 참여하는 검증 가능한 상호 안전보장과 재공격 방지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한쪽에만 굴복을 요구하고
다른 쪽에는 언제든 다시 공격할 자유를 남겨두는 방식은
평화를 만들지 못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초래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희생자와 유족에게 배상하고,
파괴된 민간시설의 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구체적인 피해액과 책임 분담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배상은 피해국에 베푸는 원조가 아니다.
가해 책임에 따라 이행해야 할 의무다.
피해를 입힌 국가가 복구를 도와준다며 호의를 베푸는 위치에 서고,
피해자가 감사해야 하는 관계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지도자의 형사책임도 별도로 물어야 한다.
개전 결정과 개별 공격의 경위를 조사하고,
침략범죄와 전쟁범죄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며,
책임자를 기소하고 재판할 절차와 관할권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의 배상이 개인의 범죄를 지워주지 않고,
개인을 처벌한다고 피해자의 삶이 저절로 회복되지도 않는다.
두 책임은 함께 이행되어야 한다.
이란전의 결말은 세계가 무엇을 용인할 것인지 보여줄 것이다.
강대국이 시작한 전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피해국의 항복만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공격한 쪽에도 법과 도덕, 사과와 배상의 의무를 적용할 것인가.
나는 후자를 요구한다.
미국과 이스라엘 지도부가 선택한 이번 전쟁을
이란의 무조건 항복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공격 중단, 책임 규명, 공식 사과, 피해 배상, 재발 방지다.
**이 요구를 버리는 순간, 우리가 끝내는 것은 한 전쟁이 아니다.
다음 침략을 비판하고 그 중단을 요구할 근거마저 우리 손으로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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