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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하지 못해도 즐거운 시간은 남지 않을까

김소장 · 2026.09.22 · 조회 52
보안카메라 설치일을 하면서 여러 요양시설들을 가게 됩니다.
하루 이틀에 걸쳐 가서 작업을 하다 보면
마음에 무겁게 오래 남는 기억들이 쌓입니다.
심하게 앓는 이들은 방 침대에 누워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그렇습니다.
기억이 흐려진 분들도 있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계셔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항상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요즘 제게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기억이 예전같지 않다고 해서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마음이 평안해 질 수도 없고,
가족사진들을 음악과 함께 보면서 쉴 수도 없고,
젊었을 때 좋아했던 운동경기를 보면서도 설레지 않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웃을 수 없는 걸까?
어제 무엇을 듣고 봤는지를 기억 못한다고 해서
듣고 있던 보고 있던 순간의 즐거움조차
깃털같은 무의미로 가벼이 보는 것이
혹여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루에 한 순간만이라도 기억 못 할 즐거움이 있다면
그건 그 나름의 가치가 그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요즘 작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최대한 뒤로 숨기고
복잡한 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쉽게 보고 듣고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기 KSquareUSA처럼
생각의 시작에서 겨우 한 걸음 뗀 상태입니다.
아는 지인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그 분과 천천히 시험을 해 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무엇을 어려워하시는지부터 보려고 합니다.
잘 된다면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오래된 테블릿에게도 다시 할일이 생길 겁니다.
거창하게 무엇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하루 중 십 분만이라도 누군가에게
기다려지는 시간이 생긴다면
그또한 작은 행복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그 생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행운을 빌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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