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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계산서가 날아왔다 — 미국과 한국, 이제는 ‘계약의 언어’로

김소장 · 2026.09.21 · 조회 30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동맹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그대로이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동맹을 움직이는 ‘문법’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미국이 가치와 안보, 오랜 관계를 앞세웠다면 지금의 미국은 훨씬 직접적으로 묻는다.
“당신은 이 동맹을 위해 무엇을 부담할 것인가.”
방위비를 얼마나 낼 것인가. 미국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 미국의 공급망과 방위산업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그리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움직일 때 동맹국은 어디까지 함께 움직일 것인가.
법적으로 동맹이 ‘계약관계’로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맹의 언어에 계약의 언어가 훨씬 강하게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문서도 미국의 이익, 동맹국의 자립과 부담분담, 미국 경제안보에 대한 기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 앞에는 지금 그 계산서가 한꺼번에 여러 장 도착하고 있다.
■ 첫 번째 계산서 — 3,500억 달러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미국 내 제조업 등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패키지에 합의했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췄다.
하지만 약속한 돈을 실제로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투자할 것인지를 둘러싼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손실이 나면 누가 부담하는지, 수익은 어떻게 나누는지, 한국 기업과 경제에 어떤 이익이 돌아오는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9월 현재 첫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의 가스발전소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고 원전 등 다른 사업도 검토되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도 투자 위험과 수익성에 대한 검토 요구가 나오고 있다.
동맹과 무역협상을 위해 약속한 투자라 해도 결국 한국이 부담해야 할 돈이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하다.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얼마까지 부담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맞는가.
■ 두 번째 계산서 — 호르무즈
돈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가 있다. 사람과 군대가 걸린 문제다.
미국은 이란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동맹국들의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도 군사적·비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국에게 호르무즈는 남의 바다가 아니다. 한국이 사용하는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의 상당량이 이 길을 통과한다. 해협이 흔들리면 국제유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운송비와 제조원가를 거쳐 결국 주유소와 장바구니 물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도 호르무즈의 안전한 항행에 분명한 이해관계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선이 하나 있다.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것’과 ‘이란전쟁에 군사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한국이 군사적으로 깊게 들어갈 경우 이란과의 관계, 중동 외교, 국내 정치와 법적 절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세 번째 계산서 — 천궁-II와 우크라이나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천궁-II 비축분을 우크라이나에 판매하도록 미국이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한 칼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구별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천궁-II 판매를 공식 지시하거나 요구한 것은 아니다. 해당 주장을 담은 칼럼을 공유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입장에서는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신호다. 호르무즈에 이어 우크라이나 방공지원 문제에서도 한국의 추가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공급은 러시아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이것 역시 미사일 몇 발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함께 움직일 때 한국이 어디까지 전략적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 왜 하필 지금인가
여기서 미국 국내정치를 빼놓을 수 없다.
오는 11월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열린다. 이란전쟁과 생활비·에너지가격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9월 21일 Reuters/Ipsos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2%였고, 이란 공격에 대한 지지는 34%였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들까지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9월 들어 이란전쟁의 종료 시점을 중간선거 직후와 연결하는 발언을 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 기여를 요구하는 이유가 오직 ‘중간선거용 트로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와 동맹국 부담분담이라는 전략적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자신이 전쟁 종료 시점을 선거 일정과 연결해 말하고 있는 만큼 미국 국내정치와 이란전쟁을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만 보기도 어렵다.
■ 동맹에서 계약으로? 정확히 말하면 ‘계약의 언어’가 강해졌다
미국이 한국을 동맹국 명단에서 지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최근에도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공식 정책은 동맹국에게 더 많은 자립과 부담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2026년 2월 백악관이 발표한 ‘America First Arms Transfer Strategy’는 미국산 무기 이전을 미국의 산업기반과 경제안보에 연결하고, 스스로의 방위에 투자하며 미국의 전략과 경제안보에 기여하는 파트너를 우선하겠다고 명시했다.
이 변화는 이렇게 정리하는 편이 정확하다.
한미동맹은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편이니까 함께한다’는 말 옆에 ‘당신은 무엇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계산서가 놓이기 시작했다.
동맹의 언어에 계약의 언어가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계산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면 한국이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 한국에는 쉬운 선택이 없다
3,500억 달러는 경제 문제다.
호르무즈는 중동과 에너지 안보 문제다.
천궁-II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문제다.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미국이 한국에 더 많은 역할과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단순히 미국의 횡포라고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전략경쟁, 중동전쟁, 우크라이나 문제와 막대한 국방비를 동시에 감당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에게 자신의 안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할 논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 역시 같은 질문을 할 권리가 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무엇을 얻는가.
중국·러시아·이란과의 관계에서는 무엇을 잃을 수 있는가.
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면 통상과 안보에서 어떤 비용을 치를 수 있는가.
결국 이 문제는 친미냐 반미냐로 끝낼 수 없다.
■ KSquare USA Today가 묻는다
미국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한국은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는가.
받아들였을 때 우리가 부담할 비용은 무엇인가.
거절했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방식이 변하고 있다면 한국 역시 과거의 공식만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동맹이니까 해야 한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왜 해야 하는가.
무엇을 얻는가.
무엇을 잃는가.
그리고 그 가격은 적정한가.
호르무즈는 멀리 떨어진 중동의 바닷길 문제만이 아니다.
변하고 있는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어디까지 함께 갈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그 답은 미국이 대신 내려줄 수도 없고, 감정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
한국이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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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quare USA Today | 국제·외교 해설
정보 확인: 2026년 9월 21일
[주요 확인 자료]
Reuters — South Korean opposition lawmaker warns on risks in US investment package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outh-korean-opposition-lawmaker-warns-risks-us-investment-package-2026-09-21/
Reuters — Texas power plant, nuclear projects under discussion in South Korea's US investment package
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texas-power-plant-nuclear-projects-under-discussion-south-koreas-us-investment-2026-09-18/
Reuters/Ipsos — Trump approval falls to record low of 32% as high costs bite
https://www.reuters.com/world/us/trump-approval-falls-career-low-32-high-costs-bite-reutersipsos-poll-finds-2026-09-21/
Reuters — Two Republican Senate candidates call for swift end to Iran war
https://www.reuters.com/world/us/two-republican-senate-candidates-call-swift-end-iran-war-diverging-trump-2026-09-21/
The White House — Establishing an America First Arms Transfer Strategy
https://www.whitehouse.gov/presidential-actions/2026/02/establishing-an-america-first-arms-transfer-strategy/
※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정리한 KSquare USA의 해설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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